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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잃은 동심, 악기 연주하며...
    zzonge.com 2012/04/30 09:22:06  l  Hit : 3,711 


어린이날 앞두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암병동 어린이학교 가보니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20층 어린이병원학교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무균병동인 소아혈액종양병동에 마련된 어린이학교는 평일 매일 4시간씩 수업을 연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어린이날이 코앞이다.

건강한 아이들에게 5월은 야외에서 마음껏 뛰어놓고, 원하는 선물도 받을 수 있는 달이다. 그러나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은 그럴 수 없다. 특히 오랫동안 입원 생활을 하느라 심신이 모두 약해진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이런 어린이 장기 입원환자에게 ‘어린이병원학교’는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1999년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처음 설치됐다. 지금은 전국 31개 병원이 어린이병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에 다니면 원래 다니던 학교를 출석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어린이병원학교를 주목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학교를 통해 아이들의 활력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성모병원 20층 어린이학교를 찾았다. 소아혈액종양병동 안에 마련된 이 학교에는 36명의 어린이 백혈병 환자가 다니고 있다.

○ 암 병동 내 유일한 자유 공간

소아혈액종양병동의 아이들은 하루 종일 격리된 무균병동을 벗어날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혈액검사를 받는다. 그 뒤에는 침상에 누워 있거나 병동 안을 돌아다니는 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무균병동이라 외부인의 출입도 별로 없다. 가끔 다른 검사를 받기 위해 무균병동을 벗어나지만, 그때도 건물 밖으로는 나가지 못한다. 매일 똑같은 공간에, 똑같은 사람들. 아이들에게 삶이란 정말 무미건조한 것이 돼버렸다.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다.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은 멸균 처리된 병원 음식밖에 없다. 회나 고기는 바라지도 않는다. 입맛을 돋우는 김치마저도 푹 익혀 나온다. 그래도 성장하는 아이들이니 식욕을 감당할 수 없다. 때로는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식욕이 커지기도 한다. 퍽퍽한 음식을 먹는데도 늘 배가 고프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어린이학교는 자유 공간이다. 적어도 그곳에서만큼은 아이들은 ‘환자’가 아닌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일 뿐이다.

봉사단체 ‘키즈 유나이티드’ 소속 대학생 4명이 진행한 과학수업. 학생은 김강희(가명·7) 양과 이건기(가명·8) 군 달랑 2명이었다. 강혜림 씨(26·여)가 혈액을 주제로 수업을 시작했다. 파워포인트(PPT)로 사진을 띄워놓고 혈액의 구성요소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피가 혈액이라는 건 알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주인이야. 적혈구는 피가 빨갛게 보이게 하고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도 해.”

아이들은 백혈병에 걸려 있으면서도 ‘혈액’을 잘 모른다.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백혈구는 병균이나 바이러스 이런 애들을 방어하고 싸워서 잡지. 혈소판은 상처 났을 때 딱지가 앉게 해. 징그러운 게 아니야. 다친 부분으로 피가 못 나가게 하고 병균의 침입도 막는 거야.”

건기 군이 병원균을 잡아먹는 백혈구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크게 웃었다.

이어 진행된 실험 수업. 자그마한 종이 고릴라를 통과하는 철사 양쪽에 쇠로 된 추를 달아서 균형을 잡는 실험이다. 몇 차례의 도전 끝에 강 선생님이 마침내 성공했다. 강희 양도 오기가 생겼는지 자기도 해보겠다며 안간힘을 쓴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에 정작 놀란 것은 처음 수업을 참관한 강소영 씨(20·여)였다. 그는 “아파서 힘이 없을 줄 알았던 아이들이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열심히 참여해 놀랐다”고 말했다. 어린이학교에서는 주중에 하루 4시간씩 수업을 진행한다. 초등과 중등을 나눠서 수학과 영어 같은 기초 과목을 비롯해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미술치료와 음악 수업, 종이접기 수업 등도 연다.

○ 아이들은 긍정의 마인드를 배운다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다. 수업 시간에는 ‘일상의 삶’을 빼앗긴 아이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치료 때문에 몸이 붓거나 머리카락이 빠지는 아이들은 외모 스트레스가 크다. 아이들은 원래 다니던 학교로 돌아가길 간절히 원하면서도 친구들이 싫어할까 봐 두렵다.

자원봉사자들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는 때로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정수현 씨(26)는 미술시간에 마블링 수업을 하면서 ‘쇠고기의 마블링’을 얘기하다 당황했다. 병동에서는 먹을 수 없는 음식이기 때문. 먹을 것에 대한 얘기는 금물이다. 이은택 씨(23)는 “학년을 묻는 것도 금물”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성별 구분이 때로는 쉽지 않아 ‘언니’ ‘누나’ 등의 호칭을 쓸 때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대체로 아이들은 수업에 열정적이다. 자원봉사자들은 그런 아이들로부터 긍정적 마인드를 끌어내려고 노력한다.

2009년 5월 이 학교가 문을 열 때부터 매주 금요일 음악치료 수업을 진행하는 김성애 씨(33·여)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들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을 표현한 즉흥연주를 한 뒤 아이들에게 물었다.

“이 나비가 어떻게 될까?”

청소년반 학생 5명 중에 4명이 “죽어요”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이 큰 병을 앓으면서 미래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1명이 “죽을 것 같은데 살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그런 아이들이 더 많이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다른 아이들도 자연스레 희망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팀 이름을 정하라고 하자 아이들은 ‘백혈병’을 제시했다. 김 씨는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 이를 ‘치료된 사람들’로 바꿨다.

김 씨는 “부모들이 아이의 몸이 아픈 것만 바라보다 마음이 병드는 것을 지나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등학교 2학년이던 여자아이가 병 때문에 말을 잃었다. 큰 병이 주는 중압감과 병원의 무거운 분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입을 닫은 것이다. 그 아이에게 핑거심벌, 탬버린, 에그 셰이커, 패들 드럼 같은 악기를 꾸준히 연주하게 해 마음의 문을 열도록 했다. 그 결과 지난해 가을엔 굳게 닫힌 마음을 열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린이학교 정다운 교무부장은 “어린이학교의 수업은 병동을 감옥처럼 인식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심리적 여유를 주고,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동아닷컴 ㅣ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l  201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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